2018년, 미국 여행사 협회(ASTA)가 80여 년간 지켜온 ‘에이전트(Agent)’라는 이름을 ‘어드바이저(Advisor)’로 바꾼 사건은 여행업의 권력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
과거의 여행업자가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단순 대행인이었다면, 인터넷과 플랫폼의 발달 이후에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고객의 취향에 맞는 가치를 선별해 주는 설계자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부상으로 이어졌으며, 사람들은 더 이상 표준화된 패키지가 아닌 ‘누구의 안목으로 설계된 여행인가’를 구매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 설계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하던 이 ‘설계의 시대’는 이제 에이전틱 AI(Agentic AI)라는 거대한 기술적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 기존의 AI가 단순히 정보를 찾아주는 비서에 그쳤다면,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취향과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실제 결제와 예약까지 완료하는 실행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여행자는 더 이상 동선을 짜거나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뒤지거나 OTA를 뒤질 필요가 없으며, AI에게 명령하는 것만으로 최적의 미식 여행이나 효율적인 휴가 일정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기술이 인간의 지능적 고문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여행 설계의 영역은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이다
[ 효율의 너머, 의미와 성찰을 설계하는 인간 ]
에이전틱 AI가 여행의 모든 물류와 행정 처리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시대가 오면, 인간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더욱 본질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패 없는 여행’을 만드는 데 탁월하지만, 인간 설계자는 여행을 통해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경험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다 AI가 가장 빠른 길을 찾을 때, 인간 디자이너는 때로 여행자에게 ‘의도된 불편함’을 권유하거나 삶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여정을 기획한다 효율성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인간의 깊은 감정과 자아 성찰의 영역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여행업의 새로운 상단부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디지털 세계에 기록되지 않은 현지의 진실한 목소리를 연결하는 ‘로컬 트러스트 중재자’와 여행 중 발생하는 정서적 변수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하이엔드 휴먼 컨시어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되어 모든 것이 자동화될수록 인간의 온기가 섞인 케어와 데이터 너머의 신뢰는 가장 희소하고 값비싼 서비스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의 여행업은 단순한 이동과 숙박의 중개를 넘어,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으로 진화한다 기술은 배경에서 편리함을 극대화하고, 인간은 전면에서 영혼의 울림과 영감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여행의 최종적인 진화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